남한산성

남한산성. 4

손가이버 2013. 10. 29. 07:30

벌봉에깃든정기를날려버린청태종 예로부터 전해내려온 남한산성의 설화

 

남한산성동장대지 동북쪽에 커다란 바위가 있다. 바위가 포개어져 가파르게 솟아 있고, 그 아래에는 사람이 간신히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틈이 나있다. 이 바위를 벌봉 또는 벌 바위라고 부른다. 옛날부터 벌이 이 바위에 집을 짓고 살았다고 해서 벌암, 벌바우, 벌봉이라 불렀다고 하며, 암문밖에서 이 바위를 보면 그 모양 또한 마치 벌과 비슷하다고 한다.
벌봉은 옛부터 영험이 있는 바위라고 해서 치성을 드리는 장소였다. 지금도 이 바위는 정기가 서려 있어 그 영험이 대단하다는 소문 때문에 치성을 드리러 오는 무속 신앙인들이 많다.
바위 주변에는 제단도 따로 마련되어 있을 정도이다. 이렇게 영험하다는 벌봉에는 청태종과 관련된 다음과 같은 사연이 있다. 병자호란이 일어나기 전, 청나라 태종(태종의 고모라는 이야기도 있다)은 용골대를 조선에 비밀리에 보내어 남한산성의 지도를 그려오게 하였다. 명을 받은 용골대가 남한산성에 도착해 보니, 남한산성은 하잘 것 없는 조그만 산성이었다. 그래서 구태여 세밀하게 조사하여 지도를 그릴만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여, 대강 대강 지도를 그리고 청나라로 돌아갔다.
그런데 용골대가 그린 그림을 받아 본 청 태종은 용골대에게 강의 위치, 조선 도성의 위치 등을 자세하게 물어 보는 것이었다. 용골대가 대답하기를, "강은 산성 서쪽에 있고, 도성은 강 건너편에 있습니다."고 하였다. 이에 청 태종은 크게 화를 내면서 꾸짖기를, "네 말과 같이 강과 도성이 서편에 있으면, 남한산성의 산세가 응당 남북이 길고 서북이 짧을 것이거늘, 네 어찌 반대로 서를 길게 하고 남북을 짧게 그려왔는가. 빨리 다시 그려 오라. 만약 명대로 하지 않으면, 네 목을 베겠다."고 하였다.
이에 용골대가 겁을 먹고 다시 조선으로 들어와서 남한산성의 성곽, 바위, 골짜기, 언덕 등을 빠짐없이 살피고 지도에 그렸다. 그리고 다시 청나라로 돌아가지도를 바쳤다. 청 태종은 용골대가 그려온 지도를 보고는 크게 기뻐하였다. 그리고 지도의 한 지점을 가리키면서 말하기를, "이곳은 벌봉이라는 바위가 있는 곳이다. 이 바위는 천상 벽력성의 정기가 깃든 바위이다. 이 벽력성은 남극성이 범하게 되면 망하고 만다. 그런데 나의 주성이 곧 남극성이니, 만일 조선 국왕이 벌봉을 안에다 두고 성을 쌓았더라면, 우리 청나라가 쉽게 남한산성을 공격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 벌봉이 성 밖에 있다. 장래에 우리가 조선을 공격하면 조선 국왕은 남한산성으로 피하게 될 것이다.
이때 우리 청나라 군사가 산성 밖에 있는 벌봉으로 가서 바위를 먼저 깨트리고, 벽력성의 정기를 말하면 산성을 쉽게 함락 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하고는 조선 침략을 결정하였다. 마침내 청 태종은 조선을 침략하였고, 그의 예상대로 당시 조선의 임금이었던 인조는 남한산성으로 피난하였다. 이에 청 태종은 군사를 이끌고 먼저 벌봉으로 가서 바위를 깨뜨렸다. 그랬더니 바위 위로 연기가 나면서 벌봉에 깃들었던 벽력성의 정기가 흩어져 마치 벌떼와 같이 하늘로 올라가는 것이었다.
이로부터 한달 후 청 태종은 남한산성을 공략하여, 마침내 인조의 항복을 받아 냈다. 후일에 나라에서 이 벌봉에 얽힌 이야기를 알고는 다시는 임금이 무릎 꿇는 치욕을 당하지 않기 위하여 벌봉 밖에다 성을 재차 쌓았다고 한다. 지금의 벌봉이 마치 쪼개진 것처럼 틈이 벌어져 있는 것은, 병자호란 때 청태종이 벌봉에 어린 정기를 날려 버리려고 깨트렸던 자국이라고 한다

 

 

 

 

 

 

 

 

매바위전설 예로부터 전해내려온 남한산성의 설화

 

남한산성수어장대 앞 마당 한쪽 모퉁이에는 '매바위' 라 불리는 바위가 있다.
매바위로 불리어지게 된 데에는 남한산성의 축성 책임을 맡았던 이회 장군의 억울한 죽음과 한이 깃들어 있다. 이회 장군은 남한산성을 쌓을 때 산성 동남쪽 지역의 공사에 완벽을 기하기 위하여 하나하나 철저하게 점검을 하며 공사를 진행하다 보니 그만 정해진 날짜를 넘기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공사비용 역시 턱없이 모자라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공사비용이 부족하게 된 이유가 이회 장군이 주색잡기에 빠졌기 때문이라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이에 나라에서는 이회 장군에게 그 책임을 물어 참수형에 처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서장대 앞뜰에서 이회 장군은 참수를 당하기 직전 하늘을 쳐다보면서 "내가 죽은 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죄가 있는 것이다" 라는 말은 남겼다.
그런데 실제로 이회 장군의 목을 베자, 이회 장군의 목에서 매 한마리가 튀어나와 근처 바위에서 슬피 울다가 사람들이 가까이 다가오자 멀리 날아가 버렸다. 사람들이 그 매가 앉았던 바위를 보니 매 발톱 자국이 선명히 남아 있었다.
장군의 말대로 이상한 일이 벌어지자, 사람들은 이회 장군이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것이라 믿게 되었다.그리고 실제로 이회 장군이 책임을 맡았던 지역의 성곽을 살펴보니, 아주 견고하게 쌓아져서 빈틈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성곽 공사를 함에 있어서 부정이 전혀 없었고, 오히려 심혈을 다했음이 밝혀진 것이었다.
이후 사람들은 이회 장군의 목에서 나왔던 매가 앉았던 바위를 매바위라 부르고, 이 바위를 신성시하기 시작했다. 원래 이 매바위에는 실제로 매 발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일제강점기에 어떤 일본인 관리가 남한산성을 둘러보다가, 바위 위의 매 발자국을 보고 참신기한 일이라 여겨서 그 매 발자국이 찍힌 부분을 도려내어 떼어 갔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은 그 일본 관리가 떼어갔음을 말해주는 사각형의 자취만 남아 있다고 한다

 

 

 

 

임경업장군을낳게한배화나무터의무덤 예로부터 전해내려온 남한산성의 설화

 

남한산성남한산성 서쪽 등성이에는 커다란 무덤이 하나 있다. 이 무덤에는 병자호란 때의 명장 임경업 장군의 출생과 관련된 이야기가 전한다. 임경업 장군은 충주 달촌에서 태어나고 그곳에 묻혔다. 그런데 이 무덤이 주목받는 것은 임경업 장군을 태어나게 한 임씨 가문의 선조의 무덤인데다 다음과 같이 임경업 장군의 출생을 예견한 이야기까지 함께 전해지기 때문이다.
먼 옛날 한양에서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던 가난한 총각이 광주 친척집에 식량을 얻기 위해 길을 떠났다. 그런데 도중에 날이 저물어 산 속에서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날씨는 비바람까지 몰아쳐 그 총각은 당황스럽기 그지 없었다. 그런데 어둠 속에서 비를 맞으며 산길은 한참 동안이나 헤매던 총각의 눈에 불빛이 들어왔다. 멀리서 보이는 불빛을 발견한 총각은 그 불빛을 따라갔다. 그랬더니 웬 집이 하나 나타났다. 그 집의 문을 두드리니 놀랍게도 어여쁜 처녀가 나왔다. 깊은 산 속 외딴 집에 처녀 혼자서 살고 있었던 것이다. 총각은 이상한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무엇에 홀린 듯 처녀가 이끄는 대로 방에 들어갔고 차려주는 밥도 먹었다. 그리고 총각은 그 처녀와 꿈같은 하룻밤을 보냈다.
다음날아침, 한양에서 굶고 계실 어머니를 생각한 총각은 서둘러 광주 친척집으로 떠났다. 그러나 길을 걷는 총각의 뇌리엔 어젯밤 그 처녀의 모습이 자꾸 떠오르는 것이었다. 이렇게 한참을 걸어가던 총각은 마침내 그 처녀와 함께 살기로 작정하고 다시 어제 묵었던 집을 향해 발길을 돌렸다.
바로 그때 온 산이 쩡쩡 울리는 큰 소리가 들려왔다. "듣거라! 나는 이산의 산신령이다. 너는 지금 마음을 돌이키고 어서 네 갈 길이나 가거라. 어제 밤을 함께 보낸 그 처녀는 오백년 묵은 암구렁이다." 총각은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보았으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총각은 잘못들은 것이라 생각하고, 어제 묵었던 집을 향해 있는 힘을 다해 달려갔다. 그런데 정말 이상하게도 그 처녀의 집은 보이지 않았다. 집의 자취는 온데 간데 없고, 다만 한 그루의 고목만이 서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총각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그 나무 위에 앉아 있는 산발한 여인의 모습이었다. 산발한 여인은 바로 어젯밤의 그 처녀였다.
처녀는 숨가쁘게 뛰어온 총각을 보며 자초지정을 이야기했다. "저는 산신령의 말대로 오백년 묵은 암구렁입니다. 세상 남자 중의 남자인 당신을 만나게 되어 이제 승천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모두가 당신의 덕입니다. 아무쪼록 편안하게 지내십시오. 그리고 제가 하늘로 올라가게 되면, 이 자리에 비늘 세 개가 떨어질 것입니다. 그 비늘이 떨어진 자리를 이후에 당신의 묘 자리로 쓰십시오. 그러면 당신의 자손 중에 나라를 구할 유명한 장수가 꼭 나오게 될 것입니다." 처녀는 말을 마치자 곧바로 모습을 감췄다. 하늘로 올라간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하늘로 올라가자 하늘에서 비늘 세 개가 떨어졌고, 그 비늘은 매화 나무 세 그루로 변했다. 그 후 임총각은 죽을 때, 처녀의 말대로 무덤을 매화 나무가 있는 자리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리고 처녀가 승천하면서 남긴 말은 그대로 들어맞았는데, 총각의 자손 중에서 유명한 장수가 태어난 것이다. 그 장수가 바로 병자호란을 전후해서 큰 공을 세운 임경업 장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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